- 12년 전 사막에서 만난 낙타 목동, 바오밥 같은 거목, 그리고 천년의 관개 수로
오만 여행, 특히 Sohar–Liwa–Zaymi 구간은 지금도 많은 여행자들이 궁금해하는 루트다. 관광지 또는 방문지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곳을 약 12~13년 전 방문해 보았다. 이 길을 따라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하며 느낀 그날의 기록을 다시 꺼내며, Liwa Falaj(팔라즈) 시스템과 Zaymi 오아시스의 역사까지 함께 정리해본다.

🐪 Sohar에서 Liwa로, 그리고 돌산과 사막 속 낙타 목동들
Sohar 여행을 마치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Liwa가 나온다. Liwa는 오만 북부에서 Falaj 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지나 비포장 길로 접어들자마자, 주변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돌산 너머로 낙타 무리와 목동이 나타났다. 햇빛에 반사된 모래빛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낙타들, 그리고 친근하게 손을 들어 인사하며 사진을 요청하던 목동들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다.
이 장면은 오만 산속 여행의 상징 같은 순간이었다.



🚙 Liwa–Zaymi 오프로드 드라이브|GPS 없는 길에서 만난 자유
Liwa를 지나면 도로는 곧 사라진다. 오프로드 드라이브가 시작되면 GPS 신호도 끊기고, 남은 건 나침반과 감뿐이다.
바퀴 아래 감촉이 아스팔트에서 모래로 바뀌는 순간, 차는 마치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처럼 흔들렸다. 이 불안함과 설렘이 섞인 감정은 사막 드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 Zaymi 오아시스의 상징, ‘거대한 나무 바오밥 나무’
Zaymi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조금씩 초록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돌산 한가운데 거대한 나무 바오밥 나무가 나타난다.
이 나무는 Zaymi 오아시스의 중심이자, 이 지역에 물이 흐르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사막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나무가 있다는 것은 Falaj(팔라즈) 관개 수로가 이곳을 살리고 있다는 뜻이다.


💧 Liwa Falaj 시스템|Zaymi가 ‘숨겨진 수원지’인 이유
Liwa Falaj는 오만에서도 가장 오래된 관개 시스템 중 하나다. Falaj는 기원전 500년경부터 이어진 전통 지하수 관개 기술로, 오만 전역에 약 3,000개 이상의 Falaj가 존재한다.
🔹 Falaj의 구조
- 지하 10~50m 깊이의 수평 터널
- 수십 개의 수직 갱도(shaft)
- 펌프 없이 중력만으로 흐르는 물길
- 최대 12km까지 이어지는 지하 수로
이 중 Liwa 지역은 Daudi형 Falaj가 발달한 곳이다. Daudi형은 수 km 떨어진 내륙 고지대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그리고 바로 그 내륙 고지대가 Zaymi 방향이다.

🏜️ Zaymi는 Falaj의 ‘대수층 공급 지역’
Zaymi 자체가 Falaj의 공식 수원지로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지형적으로 보면 Falaj의 대수층이 형성되는 핵심 집수 지역이 바로 Zaymi다.
- Zaymi는 Sohar에서 남쪽·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내륙 고지대
- 이 고지대에서 스며든 지하수가 Liwa 평야로 흘러감
- Falaj의 ‘mother tunnel(모수로)’이 이런 지형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음
즉, Zaymi는 Liwa Falaj의 보이지 않는 시작점이다. 내가 그날 서 있었던 그 땅 아래에서, 수천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물이 흘러 Liwa의 오아시스를 살려왔던 것이다.
🕌 Falaj가 만든 마을의 삶
Falaj 주변에는 늘 사람이 모인다. 작은 모스크, 세척장, 그늘 아래 쉬는 사람들. 이 물길은 단순한 관개 시설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중심 공간이었다.
해와 별의 위치로 물 사용 시간을 나누던 전통도 Liwa에서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 Zaymi에서 시작된 기억, 지금의 사막에서 다시 떠올리다
12년 전 Zaymi에서 만난 그 물길과 나무, 그리고 낙타 목동의 모습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다.
사막과 돌산은 늘 같은 모래롸 돌만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때로는 그 안에 숨어있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사진속에 담지 못한 야생 산양, 야생 당나귀 등... Zaymi Falaj 수원지를 따라 흐르던 그 물처럼, 나도 오랜 시간 같은 방식으로 흘러온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