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UDI 생활

사우디 사막 캠핑 여행기 (3박 4일) — 즉흥의 자유를 만나다

pernandez 2026. 6. 27. 17:52

첫째날의 소박한 캠프 파이어. 홀로 하는 여행은 쓸쓸하지만 평안하다.

🌅 DAY 1 — 담맘 외곽을 벗어나며 시작된 여유

붉은 태양이 천천히 떨어지는 담맘 외곽을 지나며 칠흙같은 어두움이이 사직 되었다. 첫째날 목표는 Judah(이전 글 참조) 도시의 소음이 멀어질수록, 사막의 고요가 마음을 채워왔다.

담맘 외곽. 담맘 리야드 고속도로 운행 중
달빛 아래를 스쳐가는 비행기 구름. 뭔가 멋졌다.

🔥 DAY 2 — King Abdulaziz Royal Reserve 진입 실패, 그리고 사우디식 주말 풍경

둘째 날에는 원래 King Abdulaziz Royal Reserve(킹 압둘아지즈 왕립 보호구역) 안쪽으로 들어가 조용한 사막 지형에서 캠핑을 하려 했다. 하지만 입구에서 바로 제지당했다.

사우디는 국립공원·왕립 보호구역 내에서 캠핑과 야영이 전면 금지되어 있다. 차량 진입은 가능하지만, 텐트 설치나 장기 체류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계획을 바꿔 리야드 외곽으로 빠져나와,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지형을 찾아 즉흥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텐트를 설치하고 불을 피우며 쉬고 있는데, 맞은편 언덕에서 강한 헤드라이트가 수십 개씩 움직이는 게 보였다. 처음엔 무슨 행사인가 싶었지만, 곧 사우디 특유의 주말 풍경이라는 걸 깨달았다.

언덕 위에서는

  • 랜드크루저
  • 패트롤
  • FJ 크루저
  • 랩터 같은 4x4 차량들이 언덕을 오르내리며 드리프트·클라임을 즐기고 있었다.

엔진음이 사막의 고요를 깨고, 헤드라이트가 언덕을 따라 줄지어 올라가는 모습은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면이었다. 그들은 새벽까지 쉬지 않고 달렸고,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이게 진짜 사우디의 주말 문화구나” 하고 느꼈다.

 

🍉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야생 수박’ — Hendhal과의 첫 조우

사막을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던 중, 모래 위에 초록빛 덩굴이 퍼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사막에 이런 초록이 있다고?” 싶어서 차를 세우고 가까이 다가가 봤다.

덩굴 끝에는 작은 수박처럼 생긴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겉모양만 보면 딱 ‘미니 수박’인데, 현지에서는 이걸 Hendhal(헨달)이라고 부른다.

🔸 사우디 사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 수박 🔸 하지만 먹으면 안 되는 ‘극도로 쓴맛’의 열매

현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절대 먹지 마라. 엄청 쓰고 배탈 난다” 라며 웃더라.

사막에서 이렇게 생명력을 가진 식물을 만나는 건 늘 신기하다. 끝없이 건조한 땅에서도 살아남는 이 작은 열매는 사막의 거친 환경 속에서도 생명이 어떻게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상징 같았다.

저건 뭐야?? 하고 다가가서 발견한... “사우디 야생 수박”, “Hendhal"

 

아래는 Copilot에서 검색한 정보이다.

🍉 사우디 사막의 야생 수박 — 이름부터 다르다

사우디와 중동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수박은 우리가 먹는 달콤한 수박과는 완전히 다른 종이야.

✔ 현지 이름

  • Hendhal (هندال)
  • 영어로는 Colocynth, Bitter Apple, Desert Watermelon

✔ 특징

  • 겉모양은 작은 수박처럼 생겼지만
  • 맛은 극도로 쓰고 독성이 있어 먹지 않는다
  • 크기는 보통 야구공~소형 멜론 정도
  • 색은 연녹색~노란색
  • 속은 스펀지처럼 가볍고 물기가 거의 없다

🌵 왜 사막에서 자랄까?

이 식물은 사막 환경에 최적화된 생존 전략을 갖고 있어.

  • 뿌리가 매우 깊게 뻗어 물을 찾아감
  • 잎이 작고 두꺼워 수분 증발을 최소화
  • 열매는 동물에게 먹히지 않도록 강한 쓴맛을 가짐
  • 사막의 모래·자갈 지형에서도 잘 자람

그래서 사우디의 리야드 외곽, 알카심, 북부 지역, 타부크, 네옴 주변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어.

🐪 현지인들은 어떻게 쓰나?

먹지는 않지만, 전통적으로는 이렇게 사용했어.

  • 약재: 강한 설사·해독 효과 때문에 소량을 약으로 사용
  • 동물 치료: 낙타·염소의 소화 문제에 사용
  • 염료: 열매 속의 노란색 성분을 염색에 사용
  • 종자유: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해 약용으로 사용

🕌 DAY 3 — 사막을 지나 도착한 도시, 부라이다(Buraidah)의 하루

3박 4일 사막 캠핑의 셋째 날, 우리는 방향을 북서쪽으로 틀어 카심(Qassim) 지역의 중심 도시, 부라이다(Buraidah)로 향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달리다 갑자기 나타나는 도시의 풍경은 언제 봐도 묘하게 낯설고 반갑다.

부라이다는 사우디 중부에서도 전통과 농업의 중심지로 유명한 도시다. 특히 대추야자 생산량이 많고, 매년 열리는 부라이다 데이트 페스티벌은 사우디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정도로 규모가 크다.

QASIM의 도시. BURAIDAH

🌴 사막의 고요에서 도시의 활기로

사막에서 며칠을 보내고 나니, 부라이다의 도로와 건물들이 유난히 반짝여 보였다. 도시로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건 사우디 중부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리야드처럼 빠르지도 않고, 북부처럼 한적하지도 않은 딱 ‘중간의 리듬’이 있는 도시.

부라이다 DANUBE

  • 대추야자 농장
  • 저층의 전통 건물
  •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작은 상점들 이 이어져 있었다.

🕌 도시 산책 — 부라이다의 조용한 오후

식사 후에는 부라이다 시내를 천천히 걸었다. 도시 중심부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가족 단위로 산책하는 사람들과 카페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는 현지인들이 눈에 띄었다.

부라이다는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는 아니지만 사우디의 일상과 전통을 가장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행 중 하루쯤은 이런 도시에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셋째 날 밤, 사막 깊숙한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빛이 거의 없어서 별이 쏟아질 듯 보였다. 불 위의 숯은 붉게 타오르고, 그 빛이 모래 위에 반사되어 마치 별빛이 땅으로 내려온 듯했다.

이건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가서 보시길...
숯이 참 예쁘게 피었다

 

🐪 DAY 4 — 사막을 가로지르며 만난 낙타 무리

도시로 돌아가는 길, 사막 도로 한쪽에서 낙타 무리가 천천히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막의 풍경 속에서 낙타는 언제나 자연스럽지만, 이날은 조금 특별했다. 낙타들의 등에 녹색 천이 가지런히 둘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순한 장식인가 싶었지만, 사우디에서 낙타 등에 두르는 천은 명확한 의미가 있다.

녹색 천은 보통

  • 소유주(부족·가문) 표시,
  • 훈련 중인 낙타 그룹 구분,
  • 이동 중인 무리 식별

을 위해 사용된다. 특히 녹색은 사우디에서 이슬람·행운·국기 색과 연결되어 선호되는 색이라 사막 지역에서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낙타 표시다.

천이 햇빛을 조금 가려주고, 해충을 막아주는 부가적 역할도 한다고 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같은 색의 천을 두른 낙타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팀처럼 보였고, 그 풍경은 사우디의 일상과 전통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장면이었다.

사막 캠핑의 마지막 날에 이런 장면을 마주하니 이 나라가 가진 사막 문화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녹색 천을 덮고 있는 낙타... 이유는??

 

DANYBE에서 구매한 먹을거리
가장 간단한 참치 샐러드!

 

🌙 마치며 — 사막이 남긴 여운

3박 4일 동안 사우디의 사막을 따라 이동하며 머물렀던 시간은 단순한 캠핑 여행이 아니라, 이 나라의 일상과 자연, 그리고 문화의 결을 직접 느끼는 여정이었다.

King Abdulaziz Royal Reserve에서의 진입 실패, 리야드 외곽에서 즉흥적으로 잡은 캠핑지, 새벽까지 이어지던 4x4 차량들의 엔진음,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야생 수박(Hendhal), 그리고 등에 녹색 천을 두르고 이동하던 낙타 무리까지.

이 모든 장면이 이어지며 사우디라는 나라가 가진 거칠지만 따뜻한 리듬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사막은 늘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의 삶, 부족의 문화, 자연의 생명력, 그리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도시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막은 떠나는 곳이 아니라, 잠시 비켜나 있는 곳이라는 느낌.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고, 돌아가고 싶은 곳.

이번 여행은 그런 사막의 매력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어디로 향하게 될지 모르지만, 사우디의 사막은 늘 그 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